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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부 수혁이 이야기 | 운영자 | 2024-07-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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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목요일, 수혁이를 만났습니다. 아니, 만났다기보다는 수혁이에게 시간을 빌렸습니다. 고3의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다들 아시지요? "한 번 볼까?"라는 물음에 시원스럽게 승낙해준 수혁이에게 고마웠습니다. 수혁이는 마침 오늘, 7월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었습니다. 모의고사도 끝난 겸 함께 저녁도 먹을 겸, 수혁이의 학교가 있는 신내동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는 출발하기 전에 어떤 이동 수단을 이용해 갈지 즐거운 고민을 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자동차나 대중교통보다 자전거가 도리어 빠르기도 했고 저에게는 자전거를 타고 심방하는 로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호남평야에서 자랐는데, 농번기가 되면 새벽녘부터 온 마을이 분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대부분 동네 어른들이 밖에 나가 일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마다 그 동네 교회 담임목사님께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면서 교우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목사님은 농부들과 같이 새참도 먹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논과 밭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지요. 저는 그 모습이 참 따뜻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대략 이런 모습으로 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좋았던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페달을 굴렸습니다. 우이천을 따라 중랑천에 다다랐을 무렵, 교량 위로 올라가 길을 갈아탔습니다.
<교량 위에서 바라본 중랑천>
얼마 지나지 않아, 봉화산역에 도착했고 수혁이를 만났습니다. 수혁이를 만나기 전, "어떤 말을 할까? 무슨 좋은 질문을 할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수혁이와 제가 보낸 추억을 이야기하기에도 서로 얻은 신뢰가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수혁이가 좋아하는 메뉴이다.>
교회에서 함께 보낸 시간을 이야기하다가, 문득 수혁이는 교회에서 누구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수혁이는 일말의 고민 없이, 나서현 교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서현이가 공부를 잘해서 그렇구나."라고 예단했지만, 수혁이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서현샘은 어떤 상황에서도 청소년부 예배를 드렸잖아요." 생각해 보면 정말 그랬습니다. 시험이 코앞에 있어도, 몸이 성치 못해도 청소년부실에 가장 먼저 와있던 것은 언제나 서현이었습니다. 그래서 수혁이도 그 모습을 배우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메라를 드리우자 수혁이는 급격하게 굳어갔다.> 수혁이는 교회에서 친구들과 고민을 이야기하고 각자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즐겁고 기쁘다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수혁이와 같은 나이인 청소년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교회에 나오고 있지 못한데, 수혁이는 누구를 친구라고 했던 것일까요? 수혁이에게 친구는 곧 청소년부 공동체 모두였던 것입니다. 대게 교회 커뮤니티에서 동갑인 친구가 없으면 정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친구 관계'가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짧은 찰나였지만, 수혁이의 '친구'라는 말에 잠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수혁이가 남모르게 보낸 외로웠을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수혁이는 교회 가는 것이 일주일의 유일한 휴식이라고 합니다. 평일, 친구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숱한 경쟁을 밥 먹듯 해왔던 수혁이에게 주일만큼은 친구라고 여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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