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9 키가 큰 나무 | 운영자 | 2021-08-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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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큰 나무 주중에 시 하나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공석진 시인의 ‘키가 큰 나무’란 시입니다. “키가 큰 나무는/ 좋기만 할까/ 큰 키로/ 험한 풍상/ 매운 태양/ 온 몸으로 맞는데/ 키가 큰 나무는/ 좋기만 할까/ 성장하기까지/ 갖은 수모/ 모진 수고/ 흔적으로 남는데/ 키가 큰 나무는/ 좋기도 하겠다/ 저 홀로/ 창공에 우뚝 서/ 우두커니/ 그늘도 클진대” 큰 나무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를 생각하게 하고, 또한 큰 나무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동시에 깨우치는 시였습니다. 사람들이 쉽게 큰 나무가 되기를 원하고, 높은 자리에 오르기를 원합니다. 그 일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일인지, 동시에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깊이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우리 시대가 예전에 비해 큰 인물이 적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특히 한국교회, 교단 안팎의 현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비해 ‘험한 풍상. 매운 태양을 온 몸으로 맞으며 큰 나무’가 드문 것입니다. 예전보다 풍요로운 세상을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신앙인격이 성장하기까지 그의 내면에 아로새겨진 수고의 흔적, 그리스도의 흔적을 지닌 지도자들이 드뭅니다. 저 역시 교단총회장까지 지낸 사람이지만, 큰 나무가 되지 못한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저 홀로 창공에 우뚝 서’ 큰 그늘을 제공하는 시대의 어른을 지니지 못한 시대라는 생각에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내가 살아가는 시대에 대해 책임이 있는 세대라면, 우리의 삶은 하나의 그늘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을 품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이정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앞의 고난을 회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그 고난을 거름 삼아 큰 나무로 자라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흔적이 남아야 합니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우뚝 선 큰 나무가 되어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어 주는 삶이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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